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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스스로를 돌아보다

by 해피스트 2025. 2. 26.

마포역과 공덕역 중간 즈음 위치한 ***의원 피부과에 다녀왔다. 

첫 방문은 개원한 해 겨울 즈음, 우연히, 사전정보 없이 내 필요에 의해 방문했다. 

다른 피부과도 몇 번 가긴 했지만 3번 이상 같은 곳을 간 적은 없다. 

이유는 공장같은 시스템이 싫어서다. 

이곳은 막 개원한 곳이어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원장님이 밝은 분이셔서 그런지 분위기가 부드럽고 따뜻했다. 

자본주의 친절이 아니라 그냥 사람 대 사람에 대한 친절이라고 할까 

그래서 처음으로 3번 이상 간 곳이자 회원권을 끊은 유일한 곳이고, 이번에도 피부과가 급하진 않았지만 병원 투어에 포함시켰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작년에 지방에 머무르다 이달에 서울에 올라왔고 밀린 정기검진 투어를 다녔다. 

다니는 병원들은 모두 작지만 원장님과 스탭들이 따뜻하고 친절한 곳이다. 

특별한 지병은 없고 매년 검사받아야 할 곳들을 받는 루틴이다. 

작년에는 건너뛰었고 이달에  밀린 숙제하듯 다녀왔다. 

지방으로 가지 않는 한, 차로 다닐 수 있는 거리로 이사를 가더라도 이 병원들을 계속 다닐 것 같다. 

매출때문에 과하게 친절하지도 않고, 신경쓰이게 불친절하지도 않고, 적당하다. 

그래서 계속 간다. 

 

내가 가기 싫은 병원은 코디네이터가 있어서 의사보다 코디와 오랜 얘기를 나누는 곳이다. 

의사들은 돈 얘기를 하지 않고 코디가 한다. 

치과 치료를 받다가 옮긴 적도 있다. 

마찬가디로 마포역 인근에 있는 치과였고 리뷰가 좋아 예약하고 가서 사진을 찍고 의사가 잠시 보고 치료할 치아를 얘기한 후 코디에게로 넘어갔다. 코디-의사-코디 순이었는지 이제는 가물하다. 어쨌든 치료할 치아를 깎아서 다 덮어씌우는 형태로 진행하려고 하길래 심하지 않은 건 떼우는 걸로 해달라고 치료 들어가려는 의사에게 말했더니 그렇게 진행했다. 그러니까 깎지 않고 치료가 되는 치아를 코디가 끼면서 치료가 아닌 장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왼쪽 위아래 치아만 그곳에서 치료했고, 이후로 현재 다니고 있는 아담한 치과로 옮겨서 만족하고 있다. 

 

오늘 피부과에서 20분 기다리고 코디와 얘기하고 다시 기다리고 마취크림을 바르고 40분~1사간을 기다렸고 시술은 10분 받았나 

예약한 3시에 가서 차를 빼고 도로로 나오니 5시 30분이었다.

이틀 전에 갔을 때도 20분 30분을 기다렸다. 

3시에 맞춰 갔는데 나보다 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먼저 호출됐다. 그것도 3~4명이. 

예약을 한 의미가 없다.  

이틀 전에는 예약시간 10분 전에 도착했고, 오늘은 이중주차 때문에 조금 늦을 것 같아 양해를 구하려고 전화를 했다. 

전화받는 직원이 30분까지는 괜찮은데 그 이후로는 원장님 상담진료 떄문에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해할 수 있는 답변이었다. 

다행히 도착해서 주차하고 올라가니 딱 3시였다. 

시간에 대한 예의는 나만 차린 상황이 됐다. 

 

다 그래~라고 말하면 그 말도 맞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전과 달라진 점은 그 따뜻한 친절함이 없어졌다. 

메마르고 사무적이며 차별화된 2%의 상호존중이 느껴지지 않았다. 

전에도 기다림은 있었고, 예상보다 더 기다리기도 했다. 

다른 점은 그떄는 예고와 양해 요청이 있었다. 

시술이 길어져서 10분 정도 더 기다려 주세요라던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라던가. 

오늘은 그런게 없었다. 

심지어 시술방에 들어가서 머리쪽이 더 낮은 시술대에 누워서 다소 기다렸다. 

전에는 누워서 기다리지 않았고 앉아 있다 선생님이 들어오면 의자를 눕혔다. 

그러니 내게 인사하는 사람에게 나도 예의있게 인사를 할 수 있었고 작별인사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오늘은 누워있는 내게 인사를 하는데 이게 뭔가 싶다가 반박자 늦게 인사를 했다. 

작별인사도 마찬가지. 

 

시간, 에너지, 돈을 들여 꼭 이곳을 이용해야 할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을 했을 때 그 이유가 사라진 곳이 됐다. 

뭘 기대했나 

돈을 주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끝이다. 

그리고 두번 이상 가지 않은 다른 병원처럼 내가 기대한 것과 다른 서비스일 때는 안가면 그만이다. 

 

결국 회원권을 취소하고 이틀전과 오늘 받은 시술비를 지불하고 취소 사유를 묻지 않는 코디에게 낮은 톤으로 간결하게 얘기했다. 

그냥 나왔어야 했지만 그래도 밝게 웃고 인사하는 원장님 생각이 나서 취소 사유를 말했다. 오지랖이다.  

회원권을 산다는 건 주기적으로 계속 이용하겠다는 의미다.

5%~10%의 추가 혜택은 그냥 덤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나도 잘 되고 내 주변 사람들도 잘 되면 좋겠다는 마음인데 이거 자체가 오지랖이란 생각이 든다. 

나 하나 이용 안해도 아무런 타격이 없기에 비교적 마음 편하게 취소를 할 수 있지만. 

 

그래서 안갈거냐고? 모르겠다. 

필요하면 가겠지.
솔직히 시술은 잘 하신다. 그거면 되지. 

착한데 일 못하는 사람보다 못됐지만 일 잘하는 사람과 일하고 싶은 나 같은 사람은 일대일 트레이드만 하면 되지. 

그런데 예의와 존중은 있어야지.

그 덕목들도 일 잘하는 요소에 포함되니까. 하. 

나는 타협가능한 사람인가.  

 

창문도 없는 피부과 좁은 방은 오래 있을 장소가 못된다.  

 

아쉬운 게 없다는 건 좀 슬픈일이다.

아쉬워도 참을 수 있는 인내도 가끔 서글프다. 


생각은 깊게 삶은 단순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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