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군주론을 읽고 있다.
어릴 때 혹은 더 젊을 때 읽었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되었을 것이다.
양보, 배려, 이해를 강조하는 환경에서 자랐다면 필독하고 참고하면 좋은 책이다.
팀워크,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살아왔다.
경력이 쌓이고 직위와 직책이 올라가면서 상대의 마음과 상황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오히려 해가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TFT와 같은 단기 목적을 위한 팀에서 팀원은 직접 요청하지 않은 배려는 고마워 하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의 됨됨이와 사고의 깊이에 따라 다르지만, 종종 프리랜서들의 평균 매너 수준은 기대 이하이다.
최근에 참여한 TFT에서 파트 리더로 일을 시작했다.
내 파트에는 나를 포함 3명이 일을 하고 있다.
A는 프로젝트 퀵오프 부터 참여했고, B는 나보다 2주 남짓 먼저 참여했다.
앞선 프로젝트 계약을 종료하고 바로 이 TFT로 이동했다.
보통 퀵오프에 참여하는 파트원은 리더인데, 이 프로젝트는 달랐다.
후 투입된 내가 리더로 들어갔고, 프로젝트 시작 2달이 지난 상태에 아웃풋은 전무였다.
작업일이 매우 짧은 상태에서 고객사 보고를 위한 작업에 이미 2명이 배정되어 있었다.
후 투입된 나는 그동안 본작업을 하는 걸로 되어 있었다.
보고일 전전날 작업물 확인을 하니 A는 진행이 매우 더딘 상태였고 B는 정주행 중이었다.
A 혼자 마무리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정리에 들어갔다.
A가 맡은 분량을 나누어 작업했고, A가 맡은 한장 마저도 마무리를 깔끔하게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나와 B가 보고일 전날과 당일날에 나누어 마무리를 지었다.
이 시점에서 당연히 나는 A와 B의 실제 기술 레벨을 파악할 수 있었고, A에게서 첫 위험(리스크)를 감지했다.
리더로서 상급자에게 리스크 보고를 했다.
인력 교체가 아니라고 분명히 했고 리스크가 있음을 알렸다.
이미 계약한 인력이니 2주 정도 보고 정말 함께 할 수 없으면 재보고하겠다고 했다.
당사자인 A에게도 노티를 줬고, 업무 지시에 대한 피드백이 원활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 말하고 시정 요청을 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중급자로 왔지만 실제 경력은 초급자였고, 이 분야 전문가도 아니었다.
본인은 리더 자리로 온 줄 몰랐는데 퀵오프에 투입하고 와서 보니 리딩을 하라고 해서 고사했다고 한다.
2주가 지났고, 고민의 깊이는 깊어졌다.
3주차에 상급자에게 이 짧은 프로젝트 기간에 이 인력을 데리고 가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고 보고 했다.
결론 부터 말하면 상급자와 유관사들의 협의 결과 인력 교체로 결정이 났다.
A의 리스크 요소는 이렇다.
1. 최소 중급자 포지션인데 기본기 부족한 초급자가 왔다.
2. 디렉팅에 잘 따르지 못하고 자발적인 피드백이 없다.
3.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못한다.
4. 작업 결과의 퀄리티가 떨어진다.
5. 작업 속도가 느리다.
6. 태도와 소통에 문제가 있다.
프리랜서로 프로젝트 계약을 할 때 자신이 잘 진행할 수 있는 자리인지 확인하는 건 기본이고 중요하다.
기술이 부족하면 상급자 지시를 잘 듣고 지시 사항을 잘 준수하면 반이상은 간다.
그리고 지시를 받은 후 자발적 피드백은 기본이자 필수다.
단순 작업자 위치에서 상급 관리자를 보면 노는 것 처럼 보일 수 있다.
관리만 하는 경우 농땡이를 치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다른 얘기니 넘어간다.
실무를 해야 하는 중간 관리자의 경우는 하루가 정신이 없이 지나간다.
리딩을 하려면 적어도 반템포 앞서 나가 있어야 하고, 타 부서와 협업을 하려면 타임라인 파악하고 요청할 사항과 받은 사항, 그것들의 퀄리티도 파악해야 하며, 이곳 저곳에서 부르면 가야하고, 팀원의 자리, 장비, 문의사항 등도 챙겨야 하고, 각 부서 리더들에게 일괄 보고도 해야 하며, 이슈 제기시 근거와 해결방법에 대한 의견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자기 업무만 하면 되는 단순 작업자의 자발적 피드백은 없는 것 보다 자주 있는게 오히려 낫다.
A는 지시 후 응답이 느려서 경고를 받았고, 그 후 그 부분은 조금 개선됐으나, 작업 진척에 대한 보고는 일절 없었고 매번 물어야만 보고를 했다. 그 보고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작업물 퀄리티도 떨어져, 내가 남아서 더블 체크를 하고 수정사항을 일일이 지적해야 했고, 오히려 나나 다른 인력이 직접 수정하거나 작업하는게 더 나은 결과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선행 파트 산출물 부재로 우리 파트의 가이드라인이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긴 하나, 여러 사람이 동일하게 작업하기 위해선 이 가이드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투입되자 마자 이 작업부터 했다.
만들어 놓은 가이드라인을 B는 파악하고 본인 작업물에 반영하고, 부족한 부분과 필요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계속 줬다.
A는 피드백이 없었고, 작업 결과물이 이 가이드라인과 동떨어진 채 혼자 작업하고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
작업 속도는 경험상 평균 속도의 1/10 수준이었고, 실제 B와의 비교에서도 차이가 컸다.
가장 불안을 느낀 부분은 하루 1페이지도 완성하지 않고 퇴근하는 점이었다.
본인이 계약하고 페이를 받고 있는 분야에 대한 기술 기초도 빈약했다.
사회 경력 10년 이상의 사람을 가르치면서 일을 진행하는 건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본인 스스로 겸허하고 성실하게 전업하겠다는 의지와 단단함이 없으면 불가하다.
면접을 보다 보면 모르는 것에 대해 검색 결과에 의지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이것도 결과물에 대한 이해력이 있어야 가능한 거지 단순 복사 붙여넣기는 답이 아니다.
교체가 결정되고 본인에게 통지되고 난 후의 태도는 최악이었다.
A 본인이 해야할 일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프로젝트 면접을 봐야 한다고 조퇴했고, 이 조퇴 보고는 상급자인 나에게는 하지 않았다.
마지막 날에는 A 본인이 해당 주에 마무리하기로 한 3페이지의 작업물의 인수인계 없이 일방적으로 남아 있는 부분을 진행바란다는 메일 하나 보내고, 인사 없이 조퇴했다.
내 상급자에게 물어보니 전날 면접 본 프로젝트의 인수인계를 받으러 조기 퇴근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상급자에게 인수인계 확인 안하고 보낸 점에 대해 컴플레인 했다.
상급자는 교체에 대해 미안한 마음으로 양해를 한 것으로 보이고 그 미안함을 A는 이용했다.
교체에 대한 앙심으로 바로 위 상급자를 무시하는 행보를 보였고, 인수인계 메일에 별 시덥잖은 조언을 남기고 갔다.
무슨 얘기를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교체 건의 원인은 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세다.
A 본인이 잘 하고 있는데 교체할리 만무하다.
다음 프로젝트의 인수 보다 현 프로젝트의 인계, 마무리가 먼저인 건 기본이다.
프로젝트에 위험이 되니 보고를 했고, 보고 받은 상급자와 현업간의 협의에 따라 교체 결정이 났다.
하루에 한장도 완성하지 못하는 인력을 모르는척 하는 건, 리더 업무 롤을 수행하지 않는 일이다.
안고 가려고 했으나 안고 갈 경우 전체에 위험이 된다면 욕을 먹는 악역으로 변질된다고 하더라도 팩트 보고하는게 맞다고 본다.
교체가 기분 좋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여기에 맞지 않는 인력이지만 다른 곳에서 잘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나 역시 보고 때 가능한 좋게 보고 했다.
그리고 교체가 필수이기 보다는 A의 스킬로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 있다면 그 자리로 교체하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현재 경제 상황이 어려우니 무조건 교체보다는 다른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 본인이 주구장창 얘기했듯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를 본인 스스로 지키지 못했고,
공문서에 개인 조언을 남길 만큼 이 사태 원인의 중심에 본인이 있다는 팩트 인식도 못했으며,
얼굴 보고 못할 말은 안하는 게 낫다는 것 조차 모르는 나이만 먹은 사람,
공사 구별 못하는 것과 프로답지 못한 사람으로 남았다.
A의 3페이지 결과물을 B에게 확인해 보라고 했다.
결국은 3페이지 모두 B가 가이드에 맞게 새로 작업했다.
A의 8월 산출물, 9월 산출물, 10월 산출물을 정리하면 이렇다.
8월, 9월 초중반까지는 내가 없었기 때문에 모른다.
다만 상황상 선행파트 산출물이 없었으므로 A의 산출물도 없다.
9월 중후반 부터 10월초 까지 시안 1페이지 미완성 산출물.
10월 말까지 본작업 3페이지, 이조차도 가이드라인 미준수로 사용불가(B가 재작업)
실제 업무의 경력은 초초급이나 다른 경력을 합산해 중급으로 왔다.
본인의 의지든, 사업주의 의지든, 이건 결론만 놓고 보면 등급 사기다.
계약서 싸인은 당사자가 하기 때문에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한다.
사업주가 보내서 왔다는 구제책이 못된다.
정직원이라면 모르겠으나 프리랜서의 싸인은 오롯이 본인 책임이다.
돈만 보고 덤비지 말고 자기 레벨을 잘 파악하고 계약하면 좋겠다.
누구든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을 신어야 잘 달릴 수 있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능력을 발휘하고 때론 도전하는 게 일의 재미이자 보상이다.
돌아가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있는데, 사회생활을 할 때 딱 맞다.
인간 본성에 대한 글귀는 실제로 그렇고, 이 케이스도 딱 맞다.
두려움과 사랑 중에 선택하라면 두려움이 낫다는 말도 딱이다.
관계는 상호 존중이어야 하는데 존중받으면 자기 아래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존중이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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