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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누구의 이별이든 아프다

by 해피스트 2018. 7. 25.

pixabay _ 90_skullpixabay _ 90_skull



지난 일요일, 폭염과 세탁기 소음을 피해 스타벅스에 갔다. 


16.5인치 노트북과 무기 같은 전원어댑터와 수첩과 기타 등등 잡동사니들을 가방에 담아서, 

뭔가 달달한 것을 주문하려다 실패, 

더위와 소음을 피해 스벅을 찾았으면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적당한 자리를 찾아 2번 짐을 옮긴 후에야 모퉁이 구석 안쪽 인적이 드문 곳에 앉았다. 

가방을 풀면서 깨달은 건, 자리가 비어 있었던 이유였다. 


지척에 있는 테이블에 앉은 커플이 이별하고 있었다. 


남자가 정리하고 여자가 붙잡는 상황의 이별 장면이 한참 계속됐다. 

방해 받고 싶지 않아 헤드폰을 꼈지만, 어떤 면으로는 방해하고 싶지 않아 착용한 것도 있다. 

이별은 개인적인 거니까.


남자가 여자에게 고하는 단호한 이별, 다소 거친 느낌의 단호함이었지만, 나름의 배려는 있는 듯 보였다. 

여자가 남자의 얘기를 듣고도, 이해하고도, 만남을 이어가려 노력하자 결국 남자의 혀는 칼이 되어 여자의 마음을 베어버렸다. 


한참을 이야기하고 남자가 머뭇 머뭇 먼저 일어났다. 

남자가 떠나고도 여자는 한동안 앉아 뭔가를 끄덕이다 나갔다. 


듣지 않으려 했지만 사이사이 들려오는 대화가 참 답답하고 가슴이 아팠다. 


약간의 투영도 있었고.


여자에게 뭔가 위로의 쪽지를 건내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않는게 맞으니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자는 남자가 가고도 한동안 앉아 뭔가를 끄적이면 두어번 내쪽을 쳐다봤다. 


나는 그들의 심각한 이별 상황에 집중할 수 없어서 동강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좋은연애연구소 김지윤 소장의 "긍정적인 관계 에너지를 만들고 싶다면"이란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https://youtu.be/CVC8NvU95cE




아래는 영상을 보면서 요약한 내용이다.



좋은연애연구소 소장 - 김지윤 - 세바시 821회


"긍정적인 관계 에너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 찰리 채플리


부정적인 관계 에너지에 대한 소통이 잘 되지 않을때 문제가 됨

부정적인 감정을 잘 표현할 수록 

부정적인 감정을 시기적절할때 잘 표현해야 한다


싸움의 규칙

1. 먹고 잘 자고 싸워라

남자들은 쉴때 뇌가 30% 가동, 70%는 쉼

여자들은 쉴때 뇌가 90% 가동, 10%만 쉼

2. '개걸'스럽게 

도개걸윷모의 개걸

조금 서운할때 얘기한다

되게 서운하려고 그래~

3. 말꼬리 물지 말고 주제(Topic)를 이야기하자

하나의 토픽만, 하나의 토픽을 유지한다

A를 얘가하고 B로 받아도 다시 A로 가져온다

Z로 가지 않는다

4. 초두효과를 이용하라

상반되는 정보가 시간 간격을 두고 주어지면 정보처리 과정에서 초기정보가 후기정보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말한다

첫인상을 바꾸려면 추후 60번을 만나야 바뀐다

싸울때 첫 문장, 첫 단어가 중요하다.

5. 만나서 이야기 한다

메라리언의 법칙 : 몸짓 표정변화 몸짓 93% 

내용은 3% 

가장 나쁜 방법은 톡과 캡쳐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 표현이며 현대의 경영이나 관리는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좌우 된다 

- 피터 드러커



영상을 보면서 발췌하면서 나에게서 부족한 면을 짚었다. 
난 "부정적인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자주 어려움에 직면했었다. 


지척의 테이블에선 실시간으로 이별을 하고 있고, 나는 관계에 대한 영상을 보고 있었다. 
남자의 못된 말을 간간이 들으면서, 여자의 반응을 예상하면서,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남들은 이별을 이렇게 하는 구나. 

정확하게 말하면 이들의 이별이 이러하구나 겠지만 
나는 그것을 일반화시켜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의 이별이 아니라 남의 이별이기 때문인듯 했다. 

데이트 폭력이니 어쩌니 하면서 이별의 장소로 공공장소를 추천한다. 
이들도 어쩌면 그래서 이곳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더위 때문일지도.

이별에 집중하느라 옆 테이블은 안중에 없었겠지만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지만 
남의 이별을 지척에서 보니 그 모습이 아름답지 않더라. 
민망하더라. 
마음이 안좋더라.

모르는 사이지만, 이별을 말하는 남자의 마음도, 이별에 저항하는 여자의 마음도 이해가 됐다. 
그래서 마음이 안좋았던 것 같다.

두 사람이 떠나고 나도 세탁이 끝날 시간에 맞춰 일어났다. 
다시 나의 개인적인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그들의 이별은 머리에서 지워졌다.

몇 일이 지난 지금,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 건, 
그들의 이별을 얘기하는게 아니다.

아픈 내 심장을 말하고 싶은 것일테지. 
하지만 입이 있어도 말하기 어렵다. 
관계는 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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